'주요 쟁점' 철도관제권은 어디로?KTX 탈선사고 감사,
감사원, 이르면 다음 주 강릉역 KTX 사고 감사 결과 발표, 정부 관계자 "어느 나라도 관제권 운영회사가 관리하는 곳이 없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와 공항 관제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르다" "반론철도 노조는 관제권 이관 등 철도 안전을 위협할 때는 격렬한 투쟁"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열차관제권을 운영자가 관리하는 곳은 없다. 공항만 해도 항공사가 관제권을 가진 곳이 없지 않은가.(국토부 관계자)
열차 관제는 점이 아닌 선으로 비유할 수 있다. 공항은 항공기가 들어오거나 출발하면 관제가 끝나지만 열차는 지나가는 역에서 종합관제실과 교신하며 관제가 이어진다. 공항과 비교하면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무지의 산물이다.(코레일 관계자)
다음 주(9.29.8)로 예상되는 감사원의 KTX 강릉선 사고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코레일이 보유한 철도 관제권의 이양 문제가 다시 불거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열차관제권은 ▲열차운행계획 ▲선로배분 ▲운행열차의 제어 및 관리 ▲비상시 응급조치를 비롯한 철도운영을 주관하는 핵심기능입니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이 관련법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에 분리됐으며, 코레일은 열차 관제·운영·시설 유지보수, 철도공단은 시설건설을 각각 담당해 왔습니다.
쟁점은 코레일이 열차 관제-운영을 모두 담당하는 현 시스템이 적절한지 여부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은 열차 관제를 국가가 한다. 국가나 제3의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항공기 운영은 항공사, 관제는 국가(국토교통부)가 담당하는 공항의 예를 보더라도 운영사(코레일)가 관제까지 맡는 현행 방식은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진단입니다. 그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요. 열차운영회사(코레일)가 실적을 개선하려면 꾸준히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하지만 당장 수익을 내지 않는 시설 유지보수 관제부문 시설에 적정 수준 이상 투자해 관련 인력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한편 코레일은 정부 일각의 이 같은 목소리가 현장을 몰라서 벌어지는 탁상공론에 가깝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관제는 선로를 통과하는 모든 열차를 대상으로 계속 시행된다"며 "관제가 같은 공항에서만 이뤄지는 항공 부문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의 종합관제실과 수많은 역사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여기에는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관제권을 운영사에서 떼어내면 안전 문제가 촉발되는 등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운영사가 관제까지 맡는 현 구조가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정부 일각의 진단과는 선을 그었습니다.
열차 관제권이 문제시된 데는 지난 2018년 12월 8일 강릉역 KTX 탈선사고 감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영향이 큽니다. 이번 감사결과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탈선사고의 책임을 어디까지 묻느냐입니다. 감사가 ▲ 철도 시설 건설을 담당하는 철도 공단 시설 보수를 담당한 코레일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선에서 끝나는가(A 아닌)▲ 탈선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보수 정권의 철도 민영화 등 상하 분리 정책까지 언급하나(B 아닌)▲, 양사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관제권 등 일부 구조적 문제의 개선을 권고할지(C안)등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철도업계는 감사원 감사가 정부의 상하분리 정책까지 건드릴 가능성(B안)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코레일과 철도공단을 분리하고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 SR를 세운 '상하분리' 정책을 잦은 철도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진단하는 반면, 코레일과 SR통합 등 시계추를 원래대로 돌리는 것은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철도 민영화는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이 추진했지만 상하 분리의 뿌리에는 이 정책을 실행에 옮긴 노무현 정부 정책을 구상한 김대중 정부가 있다는 혁신 정부의 원죄론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SR 통합이 대세로 받아들여지던 정부 출범 초와는 정부 내 기류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현 정부도 통합에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A안이나 C안을 제시할 가능성에 철도업계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도 올해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제권을 코레일이 보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제3의 기관을 세워 넘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철도안전공단(가칭)을 세워 관제권을 맡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코레일의 반발을 고려해 신설 기관은 중앙관제권만 가져가고 각 역에서 이뤄지는 관제는 그대로 코레일이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코레일입니다. 관제권은 철도 운영을 주관하는 핵심 기능이며, 이 기능의 이양은 철도 공기업 안에서 상대적으로 독자적 목소리를 내온 코레일의 정부 종속을 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8월 19일 성명을 내고 (철도) 안전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철도관제권을 코레일과 분리해 사고 조사와 감독 기능을 하는 별개의 산하기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빌미로 옥상옥 기구를 설치해 관제권 이관, 철도 분할 등 철도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가 일어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